“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그들의 이야기” 굵직한 역사소설로 유명한 김훈의 신작인 이 책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그 이후 재판을 받기까지의 이야기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배경을 갖고 당시의 이야기를 깊은 감동으로 전달합니다.
『하얼빈』은 안중근 뿐만 아니라 동료 우덕순, 이토 히로부미까지 인물들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극적인 순간을 판단하지 않고 보여주는 강점이 드러납니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복합적인 감정과 흐름을 보여주며 제국주의가 넘실대던 세계의 그리고 순수한 독립 열망을 가진 한국의 역사적 순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에서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인간 안중근의 모습입니다. 종교인으로서의 안중근,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을 걱정하던 안중근. 그의 모습을 통해 단순한 위인을 넘어 더욱 다른 울림으로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보며 담담한 감동에 한번 들어가 보아요.
우리가 나눈 언어들💌
1. 하얼빈,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역사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
안중근의 동료, 우덕순 👉 당시의 민심을 대표하는 인물로 보여요.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일본에서도 위험하다고 느낄 만큼 강한 당위성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가 오히려 안중근보다 더 당시에 민중을 잘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임팩트가 큰 인물이었어요. 👉 되게 무덤덤한 인물처럼 느껴졌거든요. 딱히 뭔가 감정적으로든 신문을 할 때든 무덤덤하게 내뱉는 것만 봤을 때도 거사를 치르고 나서도 당연스럽다는 태도로 이어지는 부분이 의미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작가가 제일 신경 썼던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 당시에 조선 사람들이 갖고 있던 독립에 대한 당연한 마인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우덕순처럼 현실에 바쁜 사람이 이렇게 순수한 열망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게 특히 극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요.
이토 히로부미 👉 어떤 악인보다 매력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본인의 임무를 열심히 했던 단순한 직장인처럼 느껴져요. 👉 이토는 메이지유신 이후 유명한 정당 출신이며 실질적으로 일본에서는 정치적인 능력이 뛰어났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런 이토의 면모를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 다면적인 악인의 모습을 그리면서 안중근 역시 다면적으로 그렸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아요.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 👉 극 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기는 했지만 묵묵히 안중근을 지지하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어요. 실제로는 안중근이 로맨티스트적 면모를 보였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소설에서만 보면 무덤덤해보이는 남편이기에 묵묵한 김아려가 가장 비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아요. 독립운동을 위해 모든 사람이 희생되었지만 그 중 가족들의 희생이 제일 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아려의 강한 믿음과 지지는 당시 국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빌렘 신부님 👉 안중근과 다른 방식인 교육과 선교로 일제에 저항했어요. 자신의 의견과도 반대인 안중근을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 이야기 속에서 빌렘 신부님을 중심으로 종교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독립운동가들과 연관지어지는 것 같아요. 순교자들과 비슷하게 담담하면서도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순명 같이 받아들이는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2. 안중근의 이토 저격은 한반도와 국제사에 어떤 역할을 미쳤나요?
세계사 속의 조선의 이야기
끝나지 않는 독립에 대한 열망 👉 사실 당시 독립운동은 매우 힘든 상황이었는데요, 나름 큰 인물을 저격하면서 독립운동의 열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건이었다고 생각해요. 불씨가 계속 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것이죠. 제국주의 시대에는 사람들이 억압되어 있었고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도 일본의 힘에 밀려 있었잖아요. 그래서 중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한테 큰 힘이 돼서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봐요. 👉 서양 쪽에서는 제국주의의 서양 강대국들 위주였다보니 사실 이토가 저격당하고 나서 오히려 일본 측을 더 위로하고 그들의 편에 서있었다고 해요. 외국에서 동아시아 정세를 잘 몰랐기에 오히려 우리랑 다른 입장이었다는 말도 있더라구요.
하얼빈이라는 의미 👉 하얼빈은 위치가 중국과 러시아에 가는 길목으로 철도가 난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랑 러시아는 바로 이 사건에 대해서 안중근을 열사로 옹호하는 입장을 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서방 대국들은 별로 관심이 없었을지언정 이제 이 근처에서 일본을 경계하던 다른 동아시아의 국가들한테는 되게 희소식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일본이 이토 히로부미를 필두로 내륙으로 세력을 넓혀가던 걸 좀 성장세를 조금 둔화시킨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당시의 일본은 차악? 👉 어찌보면 국내에서 아주 좋은 평가만 받지는 않았을 수도 있어요. 실제로는 청나라가 더 여론이 안 좋았거든요. 그 당시에 조선에서 일본이 이제 청나라를 몰아내고 들어온 거잖아요. 그래서 초기에는 국권 침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나쁘지 않았다고 저는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청나라가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이죠. 나중에 보니 일본이 제국주의였던 것이지 당시에는 차악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청나라가 임오군란 언저리에 들어와서 조선이랑 조약을 맺은 게 하나 있는데 그 조약이 기존과 다르게 조선을 거의 종주국으로 식민지화 하는 조약이 있었더라고요.
독립국이 가지는 권한들을 뺏기는 조약을 맺는 것이라 생각하니 일본에 도움을 요청했던게 아니었을까요. 되게 복잡한 정치 관계 속에 있었던 시대 같아요.
3. 역사적 사실이 소설,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구성 될 때 부정적/긍정적 효과는? 극적인 효과로 인해 새롭게 구성된 역사
알고있지 않으면 위험한 이야기 👉 이야기 속의 이토 히로부미를 보면서 원래의 이토에 대해 나는 완전히 악인이고 무조건 처단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작가가 그리는 걸 보면서 이게 맞는 건지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서 되게 불편함을 많이 느꼈거든요. 이토 히로부미가 되게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 같고 천황도 그냥 평범한 사람 같게 느껴지다보니 되게 헷갈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역사를 소설화할 때에 되게 우리가 조심스러워야 되는 지점이 많이 있다고 보아요. 이거는 제가 알고 있는 역사이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거지 제가 모르는 역사였으면 불편함을 못 느끼고 그냥 받아들였어야 할 것 같거든요. 👉 내가 원래 알던 역사 자체도 누군가에 의해서 편집되고 해석된 내용이겠지만 이렇게 스토리텔링의 힘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역사를 가지고 소설화하고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들고 할 때는 진짜 적절한 주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극적으로 드라마 등을 만들 때는 나오는 장면들이 왜 나오는지를 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샷들이 다 기획되고 의도하고자 하는 톤이 있어서 그렇다보니 우리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고 해도 너무 국가주의에 연결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할 것 같아요.
신화가 되는 역사 👉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지고 유발 하라리님이 하신 말씀이 되게 인상 깊었던 게 있었는데요, 러시아가 지금 이 전쟁에서 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앞으로 우크라이나에게 신화가 되는 역사가 생겼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우크라이나 애들은 평생 이제 이 항전을 계속 얘기를 할 거란 말이에요. 근데 지금 러시아를 만든 게 2차 대전 때 그 러시아가 항전했던 그런 얘기들이거든요.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을 때 우리가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겨냈어' 같은 이야기인데 지금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뀌어서 우크라이나가 그 이야기들을 쌓아가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면에서라도 저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 가지는 파워는 되게 큰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역사왜곡의 위험 👉 요즘 특히 중국 자본이 들어오면서 역사적 묘사가 미묘하게 다른 국가의 문화와 섞여 논란이 많은 것 같아요. 완전한 가상국가를 그리지 않는 한 힘든 이야기겠지만 적어도 타국의 문화가 둔갑하는 것은 위험한 세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역사적 사실이 이슈화되고 관심받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어느 선을 지켜야 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좋아한 언어들💌
“무릇 세상에는 작은 벌레라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을까”
당시 흔들리던 우리 나라를 위해 당연한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안중근.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당위성을 가질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될까요.